취업자수 2880만9000명…실업률은 낮은데 고용률은 뒷걸음, 엇갈린 고용 성적표
지난달 일하는 사람의 수를 세어 보니 2880만9000명입니다. 실업률은 2.7%까지 내려앉아 좀처럼 보기 드문 낮은 수준인데, 정작 일하는 사람의 비율을 나타내는 고용률은 한 해 전보다 뒤로 물러섰습니다. 세 숫자를 겹쳐 보면 '일자리 시장이 뜨겁다'는 한마디로는 담기지 않는, 조금 결이 다른 그림이 보입니다.
단위: 만명
이 데이터 직접 만져보기 →취업자수는 말 그대로 지금 돈을 벌고 있는 사람이 몇 명인지 세어 본 숫자입니다. 커다란 회사 하나의 출근 인원을 세는 게 아니라, 나라 전체를 하나의 사무실이라 생각하고 '오늘 자리에 앉아 일하는 사람'을 헤아린다고 보면 됩니다. 이 수가 늘면 월급봉투를 받는 가구가 그만큼 많아진다는 뜻이라 살림살이의 밑바탕이 되는 지표입니다.
지난달 이 숫자는 2880만9000명로, 전월보다 0.23% 늘었습니다. 한 해 전과 견줘도 비슷한 폭으로 올라, 완만하지만 꾸준히 오르막을 이어가는 모습입니다.
역사 속 자리를 보면 이 수치는 최근 30년 분포의 상위 2% 수준에 놓여 있습니다. 지난 30년을 통틀어 지금처럼 많은 사람이 일한 적이 드물었다는 뜻이니, 겉으로 보이는 절대 규모만 놓고 보면 분명 넉넉한 편입니다.
여기에 실업률을 겹쳐 보면 그림이 한층 또렷해집니다. 지난달 실업률은 2.7%로 전월보다 0.10%p 내렸고, 최근 30년 분포의 하위 2% 수준에 해당합니다. 일자리를 찾아 헤매는 사람의 비율이 30년을 통틀어 가장 낮은 축에 속한다는 이야기입니다. 일반적으로 취업자수가 늘고 실업률이 낮아지면 '일할 사람을 구하기 쉽지 않은 시장'이라는 신호로 읽힙니다.
그런데 고용률을 보면 결이 조금 다릅니다. 고용률은 일할 나이의 사람들 가운데 실제로 일하는 사람이 얼마나 되는지를 보는 비율인데, 지난달 62.6%로 전월보다 0.10%p 올랐지만 한 해 전과 견주면 0.20%p 낮습니다. 수준 자체는 최근 30년 분포의 상위 11% 수준로 여전히 높은 편이지만, 지난해보다는 뒤로 물러선 셈입니다.
세 숫자를 한자리에 놓으면 이렇게 정리됩니다. 일하는 사람의 머릿수는 사상 최고 수준에 가깝고, 일자리를 못 구한 사람의 비율도 바닥에 가깝습니다. 그런데 일할 나이 인구 대비로 따진 고용의 밀도는 지난해보다 옅어졌습니다. 절대 숫자가 늘어난 데는 일할 나이 인구 구성의 변화 같은 배경이 함께 작동했을 가능성을 떠올리게 하는 대목입니다. '많이 일한다'와 '비율로 촘촘히 일한다'가 꼭 같은 방향은 아니라는 이야기입니다.
이 그림은 생활의 장면과도 맞닿습니다. 실업률이 낮다는 건 구직 창구에 줄이 짧다는 뜻이라, 새 일자리를 찾는 사람 입장에선 문이 조금 넓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반대로 사람을 뽑아야 하는 가게나 사업장에서는 일손 구하기가 예전보다 팍팍해져, 그 부담이 인건비를 거쳐 물건값이나 서비스 요금에 스며들 여지도 있습니다. 우리 집 장바구니와 외식비의 배경에도 이런 고용 시장의 온도가 조용히 깔려 있는 셈입니다.
다만 취업자수와 실업률이 좋은 모습을 보여도 고용률이 지난해보다 낮아진 흐름이 이어질지는 좀 더 지켜볼 대목입니다. 한 달 숫자만으로 방향을 단정하기보다, 다음 달 세 지표가 같은 이야기를 그리는지 함께 살펴보는 편이 좋겠습니다.
다음에 볼 것 — 다음 달 고용동향에서 고용률의 한 해 전 대비 흐름이 반등하는지, 취업자수·실업률과 방향이 맞아떨어지는지를 함께 지켜볼 만합니다.